1.
친한 친구가 S 그룹 신입사원 연수에 들어갈 때 받았던 공지 이메일의 한 문장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.
치마 정장은 남사우들의 음심을 자극할 우려가 있으니 삼가 주십시오.
미친 거 아냐!! 경악은 잠시뿐, 온통 여성스러움(말하자면 Pink Identity)밖에 갖고 있지 않던 친구는 난데없이 없는 바지정장을 사러 온 백화점과 동대문을 다 돌아다녀야 했더랬다.
2.
닮고 싶은 ‘언냐들’이 이렇게나 많은 조직이라니, 나는 복받았다.
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, 더 이상 팀장 손님에게 커피 심부름 할 일도 없고, 팀 전체의 영수증을 처리하며 내가 대학은 왜 나왔니 욕할 일도 없으며, 술자리에서 업소에서 나온 언니인지 자신과 함께 일하는 동료인지 구분 못하는 상사도 없다. 일이 많아 퇴근을 못할지언정 차수 높여가며 단란함을 과시하고, 그 방법 외에는 스트레스 풀 줄 모르는 아저씨들도 없다.
오래 고민했고, 아직도 고민 중이다. 어짜피 이 세계는 기본적으로 남성성의 세계이니, 그들의 룰에 나를 맞추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했었다. 내가 보일 수 있는 여성성(Pink Identity)은 최대한 죽여야 한다고 여겼다. 블랙 수트에 바지 정장, 스커트를 입어야 한다면 무릎까지만, 엉뚱한 시선으로 보여져봤자 좋을 거 없다고.
남자들은 친해지면 술자리에서 형,형님, 잘도 부르는데 나는 회사 선배를 언니라고 부르면 안되나 어찌보면 사소한 고민도 했다. 왜 남자들에겐 형님이라는 높임말이 있는데 여자들에겐 언님이 없는 거야 헛소리 해가며.
나는 울 상무님이 패셔너블해서 좋다. 가끔 내가 IT가 아니라 패션이나 뷰티 인더스트리로 들어온 게 아닌가 착각하게 될 정도. “옴마나, 저 원피스 엊그제 잡지에서 본건데 열라 잘 소화하셨구랴.” 속으로만 말하고 앉아 있는 시츄에이션. 첫 직장에서 두께가 넓은 헤어밴드와 블랙 컬러 네일, 초록색 구두를 신었다고 HR에서 ‘앞으로도 그러고 다니실 거에요?’라고 야단 맞았던 것에 비하면, 동시대의 조직이 이렇게나 다를 수 있구나 싶다.
여성이 여성이 아닌 다른 성별이 되어야만 했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. 나는 상무님을 볼 때마다 그녀가 Pink Identity를 버리지 않고도 성공한 선배가 되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든다. 가끔씩 내 닮고 싶은 ‘언냐들’이 나는 일을 잘 할 ‘의지’가 부족한 게 아닐까, 남성 동지들 보다 ‘버티려는’ 근성이 약한 게 아닐까 고민하는 것을 볼 때 다 지나가리라 말하고 싶다.
언니 없이는 못 버틸 철 안난 울 팀 소년들을 위하여, 부디 Cheer you up!


'언니'라는 호칭이 주는 비공식성이 혹시나 나를 흠집나게 할까봐 극히 경계하던, 지금 보니 불필요한 힘이 빡들어가 있었던 때의 생각이나면서...여전히 갈길이 먼 모두에게 눈물나게 힘이 되는 포스팅이오.. 담주에 봐ㅇ~
지금쯤 돌아오셨겠네요. 내일 봐요. 언님! ㅎㅎ
어렵다.
그냥 단순하게 살면 안되나 ㅋ ;;
단순하게 살고 싶어 나도 ^^
멜님 예전에 다니시던 S모사 정말.. 쩌는군요...
하지만 남녀구분 하지 않고 Identity를 확 죽이는 여기도 상당히 쩐답니다... ToT;
제가 다닌 곳은 S모사와 형제관계인 C모사였으며 제가 예로 들은 S모사는 친구의 회사입니다. 공통적으로 쩝니다. ㅋㅋㅋㅋ
우후~ 역시 멜로디언님 누님본능! 완전 멋져요~
블랙컬러네일은.. 김밥 드시던 그 표정과 싱크로 100%
ㅡ_ㅡ+++++ 두고두고 비굴해지게 생겼군요...
뭐 제가 있는 기술연구소는 여성스러움을 표현할려고 해도 아무도 관심을 안가져주니 그냥 그러려니 하는거 같습니다. ^^;
ㅋㅋㅋ 더불쌍!
msp처음 오티때 상무님 뿐만아니라 다들 패셔너블하셔서 감동아닌 감동을..
(뭔가 말이 좀 이상한데?;;)
즐거운 주말되세요~
감사합니다. 크흣;; :-)
Pink Identity 멋지네요^^ 갑자기 뜬금없이 "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"도 떠오르고 ㅋㅋ
아무튼 조직사회 안에서의 개인이 자신만의 Identity을 갖는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
여성은 또 여성만의 Pink Identity를 자신의 장점으로 갖는다는 것, 좋은 말인것 같습니다^^